대한민국은 탄핵이라는 사상초유의 사태를 통해 대통령이 바뀌고 정권이 바뀌면서 많은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지난 과거에 일어난 부조리와 부패와 각종 비리들이,
때마침 드러난 증거들과 함께 많은 시민들에게 알려지며 분노를 일으켰고,
그 동안 쌓여왔던 불만들이 터져나오면서 마침내 그 분노는
대의 민주주의라는 틀을 거쳐 평화적으로 정권이 바뀌는 힘을 제공했습니다.
그저 투표에 참가해서 표를 던진 것외에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 저는,
이런 모든 과정들을 보며 우리나라가 참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제 마음속에는 어느새 이런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분노도 같이 커나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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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처럼 지난 두 정권동안 각종 언론과 공공기관들은
4대강 사업으로 강줄기가 오염되듯 상당히 변질되어 버렸습니다.
모든 일들에는 관성이라는 것이 있듯이, 규모가 클수록 그 행태가 갑작스럽게 변할수 없다는건 누구나 짐작할수 있었습니다.
타락해버린 언론과 공무원들 역시 십 년의 세월동안 뿌리깊이 적응해온 만큼
새 정부에 대해 여전히 기울어진 시선의 기사들을 쏟아놓고,
악의적인 뉘앙스가 가득 담긴 비 정상적인 뉴스들도 여전히 신문과 방송을 타고 나오고 있습니다.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변화가 더디기만한 이런 모습을 보며
특히나 젊은 세대들은 그 뜨거운 분노를 인터넷 매체들을 통해 더 크게 표출하고 있는 모습을 자주 목격합니다.
사회의 부조리와 부패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는,
뒤돌아보면 탄핵때부터 불이 지펴진걸수도 있고,
혹은 그 훨씬 이전부터 직접 몸으로 체험하며 자라온 분노일수도 있겠습니다.
저 역시도 이 모든 과정들을 함께 지켜보며 같이 분노했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과정에서 제 마음속에 불질러진 이 분노는,
어느새 제 스스로도 염려할 정도가 되어 버렸습니다.
언제나 제 모든 생활의 주님이 되셔야 할 그 분의 자리에,
어느덧 주님 대신 저의 분노가 앞서가고 있다는걸 알게 되었습니다.
불공정과 비리와 온갖 더러운 부조리를 보고 분노가 일어나는건
양심과 정의를 갖춘 사람이라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이 모든 분노는 저의 품속에 지녀야 할 분노가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크리스천이기 때문입니다.
마음속의 분노는 많은 것을 굽게 합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굽게 하고, 시간을 되찾아야 할 크리스찬들에게서 많은 시간을 낭비하게 만듭니다.
주님이 오실 때가 가까울 수록 이 세상이 어떠하게 변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성경을 읽는 시간마저 뉴스를 보는데 사용하고,
기도할 시간을 빼앗아 저주와 욕설을 내밷는데 사용합니다.
간간히 틈을 내어 듣던 설교말씀들을 제쳐두고, 여러 팟캐스트를 통해 부패한 정치의 단면을 듣습니다.
더이상 길거리에 핀 꽃을 보며 주님을 떠올리지 않게되고,
부패한 자들이 어떻게 그들의 죄악을 쌓아왔는지 찾아보고, 읽으며 분노에 분노를 쌓습니다.
그러한 분노는 정의라는 명분아래에 나의 옛사람에게 또 다른 즐거움과 쾌감을 줍니다.
분노는 제가 크리스천임을 망각하게 하고, 제 주변의 작은 일들을 돌아보지 못하게 합니다.
이웃과 동료 크리스챤과 나누는 대화에서 정치 이야기만 하게 만들고,
하나님앞에서 죽을수 밖에 없는 죄인이라 고백한 제 입에서
또다른 누군가를 저주하고 비난하는 말들만 나오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의 빛은 분노하는 자의 몫이 아닙니다.
인류의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께서 이 모든 상황을 알고 계시며 지켜보고 계십니다.
성경은 세상의 끝이 어떠하리라는 것을 너무도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크리스천이 무너져가는 이 세상에 희망을 가질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넓은 바다에서 사람을 살리는 어부가 되어도 모자랄 제 인생을
어느덧 분노가 좀먹고 있었던 것입니다.
혹시라도 저와 같은 경험을 하고 계신 형제 자매님이 계시다면 한번 더 깊이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세상에서 눈을 돌려 더 자주 하늘을 바라봐야 할 것 같습니다.
주님이 주시는 새로운 마음을 가지고 시간을 되찾기를 바랍니다.
성실하게 시민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되,
이 사회의 부조리를 향한 분노는 더이상 제 맘속에 두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주님께 맡깁니다. 악을 보며 책망하고 화를 내어도 더이상 주님을 외면하는 죄를 짓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정말 예수님외에는 아무것도 마음에 둬서는 안될것 같습니다.
다른 것들은 너무나 쉽게 하나님으로부터 나를 떨어뜨려 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