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22일 월요일

안한 것과 못한 것/김문수

이 글은  www.keepbible.com  의 자유게시판에 올라와 있는 김문수 형제님의 글을 옮긴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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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는 오랜 기간 한글개역성경을 사용해 왔기 때문에, 그 문체와 용어에 길들여져 있어서 다른 번역본들로 성경을 읽으면  그 차이점이  금방
눈에 들어옵니다. 때로는 이런 차이점 때문에 심각한 의문에 사로잡히기도 하지만, 때로는 이런  차이점 때문에 하나님의 말씀의  진리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마치 회색 바탕 위에 있는 검은 점은 눈 에 잘 띄지 않지만
순수한 흰색  바탕에 올려놓고 보면 쉽게 발견되는 것처럼...

오늘은 최근에 사사기를 읽으면서 깨달은 바를 한 가지 나누고자 합니다.

그  동안 사사기  1장과 2장을 연이어 읽다보면 이런 의문이 생기곤 했습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무능함을 왜 불순종이라고 하실까?'

한글개역성경에 의하면, 사사기 1장에서는 "이스라엘  자손들이 가나안 사람들을
다 쫓아내지 못하였다"고 되어 있고, 이어지는  2장에서는 하나님께서 그들의
불순종을 엄히  책망하는 내용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열심히 가나안  족속과 싸워서 쫓아내려고
했는데 힘이 약하여, 능력이 모자라서 다 쫓아내지  못했다면, 그게 과연
하나님의 진노를 불러  일으킬만큼 심각한 범죄가 되는 것일까요?

이에 대한 의문을 풀고자,  사사기를 읽으면서  여러 역본들을 대조해보니
어떤 성경에는 이스라엘 족속이 가나안 족속을 쫓아내지  "못하였다"고 되어 있고,
어떤  성경에는 이스라엘 족속이 가나안 족속을 쫓아내지 "아니하였다"고 되어 있네요.


쫓 아내지  못했거나, 쫓아내지 아니하였거나, 결론적으로는 가나안 족속이
그 땅에서 안 나가고 버텼다는 게 되겠지만, 이들 두 가지   표현 사이의
의미 차이는 제법 큽니다.

아시다시피 "못하였다"는 것은 열심히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려고  시도하고 노력은  했는데  능력이 부족하여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뜻이고,
"아니하였다"는 것은 애초부터 순종하지 않았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에 있는 제 경우에도,숙제를 안 한 학생과  숙제를  못한 학생,
출석을 안 한 학생과 출석을 할 수 없었던  학생들에 대해서는 각기 다르게 처리합니다.
제 강의에 출석을  "안 한" 학생들에 대해서는 야단을 치고 그만큼 점수를 감점해 버리지만,
질병이나 사고로 인해 출석을 "못 한" 학생들에  대해서는 그 사유를 들어보고 그럴만한 합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그들을 이해하려고  하고, 그에 대해 처벌을 하지는  않습니다.

정의의 잣대를 갖고 계신 하나님께서는 과연 노골적으로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지 아니한 자와 열심히 순종했지만 목표한 결과를 얻지  못한 사람들을 똑같이 대우하실까요?

이런 의문을 품고 있던 중, 이번에 성경을 읽으면서 그에 대한 해답을 얻었습니다.


이 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께 순종하려고 했는데 능력이 부족하여 가나안 족속을
쫓아내지 못했는가? 아니면, 그들은 하나님께  불순종하고  가나안 족속과
연합하고, 그들을 쫓아내지 아니하였는가?

이에 대해  흠정역과 한글개역을 대조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처음에 제시하는 구절들은 흠정역, 두번째로 제시하는 구절들은   한글개역임)

19 {주}께서 유다와 함께 하셨으므로 그가 산의 거주민들을 쫓아내었으나
골짜기의  거주민들은 철 병거를 가지고 있었으므로  쫓아내지 못하였더라.
19 여호와께서 유다와 함께 하신 고로 그가 산지  거민을 쫓아내었으나
골짜기의 거민들은 철병거가  있으므로 그들을 쫓아내지 못하였으며

두 가지 번역 모두 골짜기의 거주민들에게는 철병거가 있었기 때문에
그들을 쫓아내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하 지만, 그 뒤에 나오는 구절들에서는, 흠정역에는 "그들이 쫓아내지 아니하였다"라고 하는데,
한글개역에는 "그들이   쫓아내지 못하였다"라고 하며 차이점을 드러냅니다.


21 베냐민 자손이 예루살렘에   거주하던 여부스 족속을 쫓아내지 아니하매...
21 베냐민 자손은 예루살렘에 거한  여부스 사람을 쫓아내지  못하였으므로...

27 므낫세도 벧스안과 그것의 고을들의  거주민들과 다아낙과  그것의 고을들의
거주민들과 도르와 그것의 고을들의 거주민들과  이블르암과 그것의 고을들의
거주민들과 므깃도와 그것의  고을들의 거주민들을 쫓아내지 아니하매...
27 므낫세가  벧스안과 그 향리의 거민과 다아낙과 그 향리의  거민과 돌과
그 향리의 거민과 이블르암과 그 향리의 거민과 므깃도와 그  향리의
거민들을 쫓아내지 못하매...


그런데, 이제 28절에 와서는 개역성경도 쫓아내지 아니하였다고 합니다.


28 이스라엘이 강성한 뒤에야 가나안 족속에게 공물을 바치게 하였고
그들을 철저히 쫓아내지는   아니하였더라.
28 이스라엘이 강성한 후에야 가나안 사람에게 사역을 시켰고
쫓아내지  아니하였더라


만약 이스라엘 자손들이 정말로 능력이 모자라서, 하나님이 안 도와주셔서 적들을 쫓아낼 수   없었다면, 한글개역에서는 이 구절도  지금까지의 문맥 흐름과 같이 "다 쫓아낼 수는 없었더라"고 옮겼어야 합니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이전의 구절들처럼 "할 수 없었다"라는 주장을 더 이상 펼칠 수가 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왜냐하면 이스라엘이  가나안 족속들로부터 공물을 받은 내용이 드러나 버렸거든요.
이스라엘은 가나안족속들로부터 공물을   받는 조건으로 가나안 족속을  "쫓아내지 아니하였던" 것입니다.
이는 하나님께 대한 명백한 불순종입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족속에게 엄히 명하시기를,
가나안에 들어가거든 가나안 족속을 남겨두지 말고  진멸하라고 하셨지,
가나안  사람들을 붙잡아다가 일을 시키거나 공물을 바치게 하라고 하신 적은 없습니다.
이로 보건대,  이스라엘은 가나안 족속을 쫓아낼 능력이  있었으면서도 쫓아내지 않았다는 점이 분명해집니다.

이후에 나오는 구절들에서도 두 번역본은 계속 "쫓아내지 아니하였다" vs "쫓아내지 못하였다"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30 스불론도 기드론의 거주민들과 나할롤의 거주민들을 쫓 아내지  아니하매...
30 스불론은 기드론 거민과 나할롤  거민을 쫓아내지 못하였으나...


31 아셀도 악고의 거주민들과 시돈의 거주민들과 알랍과 악십과 헬바와 아빅과 르홉의 거주민들을 쫓 아내지  아니하고...
31 아셀이 악고 거민과 시돈 거민과 알랍과 악십과 헬바와 아빅과 르홉 거민을 쫓아내지   못하고...


그런데 32절에 와서는 더욱 이상한 생각이 듭니다.


32 아셀 족속이 그 땅의 거주민들인 가나안 족속 가운데 거하였으니 이는 그들이 그들을 쫓아내 지 아니하였기  때문이더라.
32 그 땅 거민 가나안 사람 가운데 거하였으니 이는 쫓아내지 못함이었더라


이스라엘이 가나안 족속과 정말로 피흘리기까지 싸웠는데도 그들을 쫓아내지 못했다면
역 으로  이스라엘이 그들 앞에서 쫓겨났어야  합니다.

34절에 나오는 단 족속처럼 아모리인들에 의해 내쫓기는게  정상입니다.


34 아모리 족속이 단 자손을 산으로 쫓아내었으니 그들이 단 자손이   골짜기에 내려오는 것을 허락하지 아니하였더라.
34  아모리 사람이 단 자손을 산지로 쫓아들이고 골짜기에 내려오기를  용납지 아니하고

이스라엘 자손이 정말 가나안 족속을 대적하여 싸웠다면,  가나안 족속을  진멸하거나
그들에게 역습을 당해서 내쫓기거나 둘 중에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32절과 같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결과가 나올 수는 없습니다.

본문 32절에 의하면, 아셀 족속이 가나안  족속 가운데 거하였다고 합니다.

도대체 가나안 족속들은 바보들만 모인 민족들일까요?
자기들을 쫓아내려고 덤비는  이스라엘  족속을 그들 가운데 거하도록 허락해 줄 수 있을까요?
이건 아무리 봐도 이스라엘 족속이 가나안  족속들과 손을 잡고,  그들과 동맹을 맺고,
서로 통혼하고, 어울려 지낸 걸로 보입니다.

그러므로 32절은 "이스라엘이  가나안 족속을 쫓아내지 아니하고 그들과 연합한 것"이지,
한글개역과 같이 "이스라엘이 가나안 족속을  쫓아내지 못했기 때문에  가나안 사람
가운데 거한 것"이라는 주장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목숨을 건 치열한 전쟁이 일어났는데, 적군을    쫓아내지 못해서 적군들 가운데서
그들과 함께 거주했다는 이런 이상한 주장은 상식적으로도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33 납달리도 벧세메스의 거주민들과 벧아낫의 거주민들을 쫓아내지 아니하고...
33   납달리가 벧세메스 거민과 벧아낫  거민을 쫓아내지 못하고...


제가   원어성경을 읽을 능력이 안 되기 때문에, 정말로 "쫓아낼 수 없다"와
"쫓아내지 아니하였다"가 원어로는 같은 말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사사기 2장으로 넘어가니 이제 그 일에 대한 하나님의 판단이 나옵니다.

2 너희는 이 땅의 거주민들과 동맹을 맺지 말고 그들의 제단들을 헐라, 하였거늘 너희가 내  목소리에 순종하지 아니하였도다.  어찌하여 너희가 이같이 행하였느냐?
2 너희는 이 땅 거민과 언약을 세우지 말며 그들의  단을 헐라 하였거늘 너희가 내 목소리를  청종치 아니하였도다 그리함은 어찜이뇨


하 나님은 이스라엘 족속에게 가나안의 거주민들과 동맹을 맺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주의 목소리에 순종하지  아니하였다고  합니다.
이는 그들이 가나안 족속과 동맹을 맺었다는 뜻입니다. (위 32절 설명 참고)


하나님은 그들의 제단을 헐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불순종했다고 합니다.
이는 그들이 가나안 족속의 제단을  헐지  아니하였다는  뜻입니다.
아마도 가나안 족속들 가운데 거하면서 그들과 함께 어울려 우상숭배를 했을 겁니다.

사사기 2장 2절에서 하나님은 "너희가 어찌 그들을 쫓아낼 수 없었느냐?
너희가 왜 순종할 수  없었느냐?"고 책망하지  않으십니다.
주께서는 너희가 왜 내 목소리에 순종하지 "아니하였느냐"고 하십니다.

사 사기 1장에서 이스라엘 자손들이 취한 행위에 대하여 사사기 2장에서 하나님이 책망하시는 내용으로 보건대,
이스라엘이   가나안 족속을 쫓아낼 수 없었던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이 가나안 족속을 쫓아내지 아니하였다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사사기 1장의 한글개역은 19절(철병거를 갖춘 골짜기 거민들)을 제외한,
나머지  구절들은 모두 "쫓아내지  아니하였다"라고 번역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쫓아내지 않은 거나,  쫓아내지 못한 거나 그게 그거 아니냐 할 지도 모르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양자 사이의 의미는  아주 큽니다.
왜냐하 면, "가나안 족속을 쫓아내지 아니한(불순종한) 이스라엘"에게 하나님이 분노하셨다는 것은 하나님의 정의로운  심판이  되겠지만,
만약 "(열심히 순종했지만) 가나안 족속을 쫓아낼 수 없었던 이스라엘"에게 하나님이 분노하셨다고 하면,  정의와  자비의 하나님을 냉혹하고, 무자비하고, 원칙도 없는 분으로 만들어 버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안한 것과 못한 것... 양자는 확실히 다르지요.

사사기 1장과 2장을  읽으면서 저 자신을 돌아봅니다.
하나님이 명령하신 대로 먼저 순종하지도 않았으면서도, "할 수  없었다"고 나름대로  변명거리를 찾아내고, 자신의 죄를 숨기는 자가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바르게 분별하여   지키는 자가  되고, 세상의 기준이나, 나의 욕심이나, 사탄의 제안과 타협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해 봅니다.
정말로 능력이 부족하여  "할  수 없을 때"에는 능력을 주시는 주님께 간구하여 그 분의 도움을 받아 그 분의 능력으로 "할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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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www.keepbible.com  의 자유게시판에 올라와 있는 김문수 형제님의 글을 옮긴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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