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22일 월요일

체하셨습니다.

우선  제가 자주 가는 어느 의사선생님의 블로그에서 잠시 인용하고픈 글을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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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분들을  만나다보면 항상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제 병은 체한 게 아닌가요?" 라는 질문입니다.

하도 많이  들어서 이제는 그런 질문을 하지 않는 환자분을 만나면 이상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럴 때는 항상 제가 환자분께 반문을 하곤  하지요.

"환자분은...'체했다'라는 병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대개 말문이 막혀 잠시 정적이  흐르다가..

"그, 그럼...체했다는 병은 없다는 건가요?" 라는 질문을 하시지요.

제 대답은  이렇습니다.

"네..체했다는 병명은 없답니다. 다만, 체했다는 증상이 있을 뿐이지요.
가슴이나 윗배에서  음식이 잘 안 내려간 듯 더부룩하고 미식거리고 속이 아프면 '체했다'라고 표현하시잖아요?
그러니 '체했다'라는 것은 그런  증상을 말하는 것 뿐이고 그 '체했다'라는 증상을 일으키는 병은 수없이 많지요.
위염, 역류성식도염,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급성간염, 췌장염, 담석증, 담낭염,  급성충수돌기염, 위암, 대장암도 그런 증상을 일으킬 수 있고 심지어는  급성심근경색에서도 환자는 '체했다'라는 증상을 호소하고 병원에 오는 경우도 있는 걸요?"

환자분들은 "체"라는 어떤  존재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그 "체"를 없애기 위해 "체내림"이라는 것도 하러 다니는 것이구요. 저는  그렇게 일반적으로 알려진 이유가 참 궁금했습니다.
누가 이런 얘기를 퍼뜨리고 다니는 걸까? 하고 말이지요. 그래서 사전도  검색을 해 봤는데 "체"라는 명사는 따로 없더군요.

그런데 어쩌면 이게 원인이 아닐까..하는 짐작되는 단어를  찾았습니다.
그렇군요. 한의학에서는 "체증"이라는 명사를 쓰는군요.
비록 병명으로는 안 나와있지만 어떤 명사로 쓰는 걸  보면 이게 실존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실제로는 한의사의 탓만은 아닌 것 같은  게...환자들에게 물어보면 일부 약사들이나 응급실이나 개인의원의 의사들도 환자들이 자신의 병명이 뭐냐고 물어보면 "체한  것이군요."라는 성의없는 대답을 한다고 합니다. 참..답답한 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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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증"에 대한  위의 대화들은 이렇게 알고보니 정말 황당한 대화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자연스러운 대화입니다.

저도 살면서 제 친구나 주위의 사람들이 병원에 다녀온 다음 "이거 체한거래.." 라고  답하는 사람들을 참 많이 봤었으니까요.

잘못된 것을 알고 고치려 하는 환자들의 질문에서도,

잘못된 것을 알아내어 고치려 하는 의사들의 대답에서도,

그 원인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는 것이지요.

이런식으로  ...

왜 그런지에 대한 이해와 관심 부족으로 생기는 온갖 주변의 상황들을 하나 둘씩 예를 들자면 끝이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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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마 항상 눈에 보이는 세상 소식들만 서로 나누며 교제(?)하는 우리 크리스천들의 대화속에서...

매주 교회에서  나누는, 주님안에서의 교제라 여겨지는(!) 예배후의 대화속에서,
가끔씩이라도 우리의 모든 원인되시는 예수님이 등장하면 참  좋겠습니다.

이번 주간동안 새롭게 알게된 주님의 모습과, 나를 변화시켰던 주님의 말씀들과,
자신의 힘든  처지에서도 늘 우리를 지켜보고 계시는 주님의 인자하심을 나누는 기회가 조금씩 조금씩 더 많아지면 참 행복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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